외출을 하려다 현관에 놓여있는 신발을 보니 옷하고 너무 안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발장을 여기저기 찾아봐도 딱히 마땅한 신발은 없고, 어쩔 수 없이 대충 아무거나 신고 나갔습니다. 길을 걸으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왜 이리 마음에 드는 신발 하나가 없을까. 그러고는 괜찮은 신발 하나를 사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우연히 발이 없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난 것>입니다. 우연한 이 일이 나의 삶에 변화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신발 한탄 우연한 만남 변화의 시작
요즘 들어 왠지 모르게 작은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뜬구름 잡듯이 새로운 것, 보다 나은 것들을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물건을 찾아보고 사는 것으로 위안을 받고, 별로 필요하지 물건들을 보면 욕심내서 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것들은 있어야 할 때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은 많아지고. 단지 물건뿐이 아니라 일이나 삶에 대해서도 열정과 욕망을 추구하면 할수록 채워져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연한 만남은 신발이 없을 때 한탄하던 나에게 발이 없던 사람은 내가 만족하지 못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던 저에게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신발이었다는 것
발이 없던 사람은 내가 하던 사소한 고민마저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었습니다. 신발이 팔요치 않으니 당연하게도 마땅한 신발이 없어 한탄하던 내 고민을 할 게 없었을 거란 말이죠.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는 그 사람은 이런 고민이 없어 과연 행복했을까요? 아님 자신이 못하는 것에 대해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건 사소한 것조차 한탄하는 생각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제 자신입니다.
발이 없으면 신발이 없음을 고민하지 않듯이, 돈이 없다면 역시 살 수가 없으니 똑같을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은 있어서 고민이 되고 한탄이 되는 것이지, 가진 게 없다면 차라리 어쩌면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두를 운동화를 샌들을 심지어 맨발이라도 발이 있는 우리는 길을 걷고 뛸 수도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일이지요. 이 당연한 기쁨과 자유를 우리는 모르고 살았던 것 아닐까요?
살아가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쓸데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 차 스스로를 미워하고 가두고 망가지게 내버려 둘 때도 있습니다. 말하고 싶은 얘기는 좀 더 못 갖는 거에 대한 욕망보다는 처음부터 없었다 생각하고 그걸 받아들인다면 한결 마음도 편해지고 없는 것에 대한 한탄이 아닌 작은 변화의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태초에는 신발이란 존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발이 있지 않습니까. 에메랄드빛 반짝이는 소금 같은 바다가 해변을, 아니면 황톳길 부드러운 진흙 길을, 부드러운 알갱이들이 내 발 모두를 감싸주는 모래 위를 우리 걸어봅시다 뛰어 봅시다. 맨발로 온몸에 느껴지는 그 촉감과 부드러움 살아있다는 것이 저절로 느껴질 것입니다.
한편으론 어찌 생각해 보면 신발이란 도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요인에게서 안전하게 보호해 주고 편리함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개성과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주는 등 효용가치가 풍부한 것임에는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얘기한 신발이 없을 한탄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발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가치가 없는 불필요한 도구이니 우리도 굳이 그것에 너무 감정을 소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없다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없음에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과 기쁨이 있다는 걸 잊지 맙시다.
발이라도 있음을 감사하자
우린 일도 물질도 욕망을 추구하다 이따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만남과 경험은 우리에게 관점을 바꾸게 해주는 변화의 시작을 주기도 합니다. 신발이 없음을 한탄하다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는 삶의 필요치 않는 욕망은 상대적이며, 사소한 일에 대한 한탄하는 행위 역시 어찌 보면 별거 아니 란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저는 지금 신발 없이 맨발로 흙 위를 잔디를 거리를 누비러 나가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지 않으시렵니까?